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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고된 인재’로 드러난 광주 클럽 붕괴 사고

등록 2019-07-28 18:10수정 2019-07-28 21:23

경찰과 소방 당국, 국과수가 27일 새벽 2시39분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경찰과 소방 당국, 국과수가 27일 새벽 2시39분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27일 광주 서구의 한 클럽 내부에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내려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주말을 즐기려다 날벼락 같은 변을 당한 이들의 참담함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인데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도 이곳을 찾았다가 여럿이 다쳤다고 하니 안타까움이 더하다.

이번 사고 역시 이윤에만 눈이 멀어 벌어진 전형적인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복층 구조물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구조물을 천장에 매다는 쇠줄이 무게를 버티지 못해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조례에는 영업장 면적에 따라 입장할 수 있는 인원과 배치해야 할 안전요원 수가 규정돼 있다고 한다. 사고 유형을 볼 때, 업소가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복층 구조물은 허가 면적보다 76㎡를 늘려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를 적발하고 원상회복시켜야 할 감독관청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난해에도 복층 구조물 바닥의 강화유리가 부서지면서 손님이 크게 다쳐 벌금 처분이 내려졌다고 하는데, 당국이 불법 증축 사실을 몰랐다는 건 쉽게 믿기지 않는다. 유착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

사고가 난 업소는 이른바 ‘감성주점’이라는 곳이다. 술과 음식을 파는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무대가 아닌 객석 주변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도록 지자체들이 조례로 허가한 업종을 가리킨다.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어 전국에 걸쳐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시설물 안전 규정이 허술하거나 사문화된 곳이 광주 서구뿐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슷한 조례를 둔 지자체들은 서둘러 실태 점검에 나서기 바란다.

업종 자체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감성클럽’이어서 사고가 났을 리는 없다. ‘버닝썬’ 같은 호화 클럽과 동일시해 일탈과 퇴폐의 온상으로 간주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사고가 나자 손님들이 가장 먼저 구조에 나섰다고 한다. 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높이 살 만하다. 지금은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도 안전하게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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