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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일 갈등 와중에 잇속만 차리려는 미국

등록 2019-08-05 18:20수정 2019-08-05 18:52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타기 전 경찰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8.5 시드니/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타기 전 경찰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8.5 시드니/AP 연합뉴스
미국이 얼마 전 한국에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압박하더니 이번엔 사실상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하고 중거리미사일 배치 문제를 넌지시 거론했다. 한-일 무역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안중에 없이, 오로지 미국의 이해관계만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몹시 유감스럽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4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폐기로 제약이 없어진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거론하며 “동맹과 파트너들과 협의해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미사일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실제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의 반발을 불러 ‘제2의 사드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동아시아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3국의 중거리미사일이 서로를 겨누며 경쟁하는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에 내몰릴 게 분명하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안전을 담당하는 ‘호위 연합체’ 구성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처럼 이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들이 자국 경제이익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이 한국 원유 수입량의 약 80%가 지나는 생명선이어서, 이곳의 안전한 항해에 한국 경제의 핵심 이해가 달린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애초 호르무즈해협에 긴장이 높아진 건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 파기 때문이라 다른 나라에 파병을 요구하는 건 명분이 약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나 방위비분담금을 지금보다 5배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런 내용을 부인하면서도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협의한 사실은 인정했다. 미국이 한-일 무역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고가의 방위비 청구서만 내미는 형국이다.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나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안전 문제는 한-일 갈등과 관계없이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동맹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잇속만 챙기겠다는 것으로 비쳐 개운치가 않다. 특히 지금 시점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건 너무 일방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완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게 동맹이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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