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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일 종족주의’가 일으키는 소음과 우려

등록 2019-08-26 18:29수정 2019-08-26 18:55

<반일 종족주의>와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출처 이승만학당
<반일 종족주의>와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출처 이승만학당
<반일 종족주의>란 책이 심각한 소음을 일으키고 있다. 온 국민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와 일제 징용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심지어 독도마저 대한민국 영토라는 증거가 없다는 도발적이고도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부터 저자들이 ‘친일적’이란 평가 속에 학계와 전문가들이 방관해왔으나 어느새 책으로 묶여 국내 한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더니 이제는 일본어로 번역해 연내 일본 출간까지 추진한다고 한다.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3·1운동 100주년에다 한-일 간 ‘경제 전쟁’ 속에서 들리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에 말문이 막힌다. 저자들의 반역사적 몰이성적 행태는 물론, 치욕의 역사를 성찰·자각하지 못하는 일각의 퇴행적 흐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거짓말 문화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시작하는 이 책은 뜬금없이 ‘종족주의’란 표현을 동원해 한국인을 ‘반일’에 집착하는 미개한 집단으로 폄하한다.

일제 징용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주장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1944년 징용령이 시작되기 전엔 ‘모집과 관 알선’ 방식이어서 강제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이철우 연세대 교수가 논박하듯이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이나 무력행사·사기·기만 등으로 사람을 모집’하면 인신매매라는 게 국제적으로 공인된 개념이다. 일본 학자들은 물론 우리 대법원도 징용의 강제성을 공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피해 당사자들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데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위안부’를 ‘기업형 매춘’이라 운운하는 저자들에게는 영화 <김복동>을 한번 보라고 권한다. 14살 소녀 시절 공장에 취직하는 줄 알고 중국 광둥성까지 끌려가 청춘을 잃고 80년을 고통 속에 살다 돌아가셨다. ‘내가 증거’라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앞에서도 과연 그런 주장을 펼 수 있을까.

이들은 책의 토대가 된 영상 강의에 일본어 자막을 달았는데 “일본 시청자들 반응이 뜨거웠다”고 자랑했다. 책 출판 전부터 일본어판도 계획했고, 일본 문예춘추사와 출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들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상당 부분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아마도 이들의 ‘혐한’ 공격에 좋은 소재로 쓰일 것이다. 결국 ‘실증적’ 연구란 미명 아래 민족을 팔아먹는 일 아닌가. 스스로 자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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