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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란 질타, 국회는 듣고 있나

등록 2019-09-19 16:43수정 2019-09-19 19:04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하락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임에도 우리 사회에서 경제 이슈와 관련된 논의 자체가 실종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입법 과제가 부진한 가운데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이대로 흘러가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조국 사태’로 갈등을 벌이면서 민생·경제 과제를 버려두고 있는 정치권에 던진 쓴소리다.

박 회장이 꼬집었듯이 20대 국회의 입법 실적은 극히 저조해 역대 ‘최악’이다. 2016년 5월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에서 지금까지 처리한 법안은 6350건으로, 처리율 29%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저로 꼽히는 19대(34%)보다도 낮다. 접수법안 수가 늘었다는 사정만으로 양해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파행 분위기인 사정에 비춰보면, ‘최악의 기록’은 이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여야 모두 대단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국회에 묶여 있는 법안 다수가 민생·경제 관련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크다. 초·중등교육법(고등학교 무상교육), 남녀고용평등법(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택시운송사업발전법(택시업 종사자 처우 개선), 국가균형발전법(상생형 지역 일자리 지원), 해외진출기업복귀지원법(지원 업종 확대), 근로기준법(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단위기간 확대)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 그런 예다. 입만 열면 ‘경제가 어렵다’면서 민생 법안을 철저히 외면하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엄혹하다는 사실은 정치권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터다. 미-중 무역갈등에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화로 나라 경제 전체가 짓눌려 있는 터에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피격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조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같은 악재들이 그야말로 ‘종합세트’로 닥치고 있다. 정치권이 경제·민생 입법을 통해 경제활력 회복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할 엄중한 상황이다.

여야가 정쟁을 벌일 때 벌이더라도 국회의 기본 임무마저 망각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정치권이 경제 이슈에 대해 제대로 논의를 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는 경제단체장의 탄식을 흘려듣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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