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또다시 국제사회에서 ‘불법 어업국’이라는 오명을 썼다. 미국 정부는 19일(현지시각) 미 의회에 제출한 ‘2019년 국제 어업관리 개선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 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 불법 어업국으로 지정받았다가 2015년 해제됐는데, 4년 만에 다시 불명예스러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은 국내 원양어선 두 척이 2017년 12월 남극 수역에서 국제기구의 규범을 어기고 조업을 한 게 발단이 됐다. 남극 수역에서의 어업은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가 이빨고기(메로)와 크릴 등 생물자원의 보존과 합리적 이용을 위해 매년 허용 어획량을 설정한다. 이 어획량이 소진되면 어장은 폐쇄되고 어선들은 철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제의 어선들은 계속 조업을 했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불법 조업을 한 원양어업업체들에 있다. 국제적으로 불법 어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업체들의 각성과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안이한 대응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우리 정부에 원양어업업체들이 불법 조업으로 얻은 부당이익의 환수를 위한 과징금 제도 도입 등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을 4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까지도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8월 열린 한-미 고위당국자 협의에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시점에서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이 불가피하며 법 개정이 이뤄지면 조기 해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쟁점 법안도 아닌 법안 처리를 지연시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예비 불법 어업국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바로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앞으로 2년 동안 협의기간 안에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아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미국 수출 제한과 입항 거부 등 제재가 시행된다. 국회는 이제라도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일부에선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불만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8월22일이었고 미국 정부가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 방침을 정한 것은 8월 둘째 주였다는 게 해양수산부 설명이다. 근거 없이 한-미 갈등을 부풀리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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