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유엔 총회 참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26일까지 3박5일간 이어지는 이번 방미는 북-미 실무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눈길을 끈다. 또 한-일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곧 재개되는 등 민감한 현안이 많다. 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23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진전된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북-미 협상이 순조롭게 이어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북-미는 이른바 북핵 해결의 ‘새로운 방법’을 거론함으로써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3년간 이 나라에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또 ‘리비아 모델’을 주장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판하면서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방법’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선 핵 폐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에 대한 북한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실제 협상에서 ‘새 방법’을 모색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의 북-미 협상 수석대표로 알려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와 관련해 “실현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일부 대북 제재를 맞바꾸려 한 북한 방식과 동일하다. 미국은 당시 최종 단계를 포함한 모든 핵·미사일 동결 등의 포괄적 합의를 요구해 협상이 불발됐다. 아직 북-미가 기존 방식을 바꿨다고 보기 어렵지만, 새로운 방법을 언급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북-미가 새 해결책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 조처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되, 비핵화의 포괄적 전망이 더 뚜렷해질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단계적 해법으로 한걸음 다가온다면 북한은 포괄적 로드맵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 한-미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의 창의적 해법 마련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