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에선 향료를 첨가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 계획을 발표했고, 유통업체에서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중증 폐 질환’을 일으킨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해악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액상형을 중심으로 한 전자담배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다.
미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 질환과 그에 따른 사망 사례가 지난 20일 기준으로 각 530건, 8건 보고됐다고 한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내년 5월까지 향료 첨가 전자담배에 대해 ‘공중보건상의 위험’을 이유로 재허가 없이는 판매할 수 없게 했다. 월마트를 비롯한 몇몇 유통업체들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전자담배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궐련형은 2년 전 출시 당시 전체 담배판매량의 0.2%에서 올해 2분기에는 11.5%로, 액상형도 출시 첫 달인 올해 5월 0.8%에서 6월 1.3%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우리 정부의 발걸음은 늦다. 보건복지부가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벌인다는 유해성 연구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공중보건 위험’과 같은 이유로 긴급하게 제품 판매를 금지할 수 없다는 제도적 맹점이나, (미국에서 주원인 물질로 꼽힌) 대마 유래 성분(THC) 함유 액상을 국내에선 유통할 수 없어 안전하다는 업계 주장을 이유로 느슨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 일반 담배에 견줘 낮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도 조정해, 전자담배의 남용을 막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전자담배는 출시 초기부터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유해 성분의 농도가 낮다는 업체 주장과 달리 향료 성분 탓에 일반 담배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제시됐다. 담배 냄새가 덜 나고 사용하기 간편할지는 몰라도 덜 해로울 것이란 믿음은 이제 깨졌다고 봐야 한다. 정부 대책에 앞서 무엇보다 소비자 개개인이 사용을 자제하는 게 절실하다. 특히 아동·청소년, 임산부, 호흡기 질환자는 엄격히 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