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엠비엔>(MBN)이 2011년 ‘차명 자본금’으로 종편 승인의 필수 요건인 납입자본금을 채운 혐의를 금융당국이 적발했다. 또 엠비엔은 이를 숨기기 위해 그동안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드러났다. 종편 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산하 감리위원회(감리위)에 ‘엠비엔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보고했고, 감리위는 지난 19일 회의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검찰 통보, 이유상 부회장은 검찰 고발을 증선위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증선위는 다음달 열리는데, 감리위 결정이 원안대로 확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엠비엔은 2011년 납입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은행에 회사 예금을 담보로 맡기고 임직원들에게 600여억원을 대출해주도록 한 뒤 임직원들이 그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게 했다. 회사가 은행에 담보를 제공해 대출을 받아서 임직원들이 주식을 사게 해놓고 마치 외부 투자를 받은 것처럼 꾸민 것이다. 당시 종편 선정 과정에선 납입자본금의 규모가 클수록 유리했다. 하지만 종편의 수익성이 불투명했던 탓에 외부주주 모집이 어려워지자 엠비엔이 차명 대출을 통해 임직원들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엠비엔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상식 밖의 주장이다. 한달 이자만도 천만원이 넘는데 어느 임직원이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아 사업성도 불확실한 회사 주식을 샀겠는가. 실제로 엠비엔 전직 임직원들은 <한겨레>와 만나 “종편 승인을 앞둔 2011년 초 회사 쪽에서 일부 간부들에게 신분증과 통장과 도장 등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뒤 개인 계좌로 수십억원의 돈을 입금했고, 이 돈으로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고 털어놨다. 또 이자를 회사가 부담했고 주식을 산 임직원이 퇴직하면 다른 임직원이 승계했다고 한다.
엠비엔은 예금 담보 사실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재무제표에 기재하지 않다가 2017년 재무제표에서 수정했다. 명백한 분식회계에 해당한다.
금융당국과 별개로 종편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마땅하다. 엠비엔의 차명 자본금 의혹은 2014년에도 제기됐으나 박근혜 정부의 방통위는 이를 묵살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장이 된다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엠비엔뿐만이 아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6월 <티브이(TV)조선>이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과 사돈관계에 있는 수원대 재단이 보유한 티브이조선 주식 100만주를 적정가격의 약 2배에 매입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방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티브이조선이 수원대 재단에 처음부터 일정 정도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손실보장 약정’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종편 승인 심사 당시 손실보장 약정은 순수한 투자로 볼 수 없어 승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참에 방통위는 각종 불법·특혜 의혹으로 얼룩진 종편 승인 과정을 철저히 재조사해 법에 따라 엄정히 조처해야 한다. 방통위도 이제는 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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