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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명성교회 부자세습’ 허용

등록 2019-09-26 18:05수정 2019-09-26 19:10

김삼환 목사. 사진 명성교회 누리집
김삼환 목사. 사진 명성교회 누리집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26일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사실상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2021년부터 명성교회 담임목사를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혼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교회마저 기업을 물려주듯 대물림해도 된다고 승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번 결정은 교단 헌법마저 무시한 초법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2015년 12월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뒤 2017년 김하나 목사가 목회직을 세습하면서 불거졌다. 교계 안팎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2년여의 논란 끝에 교단 재판국은 지난달 초 교단 헌법의 목회직 세습 금지 조항에 근거해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무효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예장 통합 교단은 재판국의 판결은 판결대로 인정하면서도, 김하나 목사가 2021년부터 담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실상 교단 헌법을 무력화한 결정이다. 더구나 교단은 이런 결정을 하면서 누구도 교회법이나 국가법에 근거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결정도 함께 내렸다. 명성교회 세습을 보장해주기 위해 법과 상식을 팽개쳤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장 통합 교단이 이런 무리한 결정을 한 것은 명성교회의 위세에 굴복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이 10만명에 이르며, 예장 통합 교단 소속 교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명성교회 쪽은 교단이 세습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교단을 탈퇴할 가능성을 흘렸다. 결국 교단이 초대형 교회의 돈과 힘에 눌려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초법적인 결정을 내린 셈이다.

예장 통합 교단의 이번 결정은 교회 세습에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3~2017년 사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교회 143곳에서 세습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단 헌법을 비웃듯 세습 관행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교계 악폐가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번져나갈 길이 열렸다. 한국 교회의 퇴행이 더욱 심해질까 걱정된다. 사회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가 세속의 탐욕으로 일그러지는 것은 교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교인들을 교회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하는 일임을 교계는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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