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연 ‘제7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검찰개혁’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밝혔다. 27일에 이어 3일 만에 다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28일 100만이 넘는 촛불시민이 검찰청사를 에워싸고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를 질타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한 데 화답한 셈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뒤 국회의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검찰개혁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검찰 수사에 절제를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27일에 이어 29일엔 윤석열 검찰총장이 실명으로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밝혔으나 서로 다른 ‘국민’과 ‘개혁’을 염두에 두고 겉도는 인상이 짙다. ‘윤석열 검찰’은 촛불시민들의 개혁 요구를 좀더 진정성을 갖고 성찰하길 바란다.
법무부는 이날 보고에서 형사부·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등을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개혁을 위해 필요한 법안들”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이 대대적으로 동원돼 진행 중인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와 이 과정에서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사안들이다. 윤 총장이 27일 ‘인권 존중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다시 검찰이 ‘11시간 논란’에 반박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와 법무부는 ‘인권’ ‘겸손’과는 거리가 먼 태도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과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법무부 장관 집 압수수색을 한 데 대해서는 사실상 윤 총장의 ‘항명’으로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윤 총장과의 협의 없이 대검 감찰부장 등의 인사를 강행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검찰권 행사 방식이나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검찰총장을 콕 집어 “국민에게서 신뢰받는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3일 전 ‘절제된 검찰권 행사’ 발언에 이은 지시가 압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굳이 문 대통령 말이 아니더라도 특수부 중심의 ‘표적수사’ ‘먼지털기 수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개혁의 요체도 바로 그 대목이다.
조국 장관 수사도 권력형 비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사모펀드 수사는 조 장관 5촌조카와 주가 조작 등 공범 혐의를 받는 100억원 안팎의 물주 등의 범죄는 덮은 채 장관 가족 표적수사에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잖다. 이제라도 비례와 균형의 헌법정신까지 고려하는 ‘정도 수사’로 돌아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