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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검찰의 ‘공개소환’ 폐지

등록 2019-10-04 18:04수정 2019-10-04 19:03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이 4일 소환 시기와 장소를 사전에 공개해 사건관계자를 포토라인에 서게 하는 ‘공개소환’ 제도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1일 특수부 축소와 파견검사 복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수사관행’에 대해서도 개혁 방안을 처음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피의자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더 심각하다고도 할 수 있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을 제쳐놓고 공개소환 폐지만 덜렁 밝힌 것은 좀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알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언론 등과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한 점도 그렇다. 특히 정경심 교수에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 소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시점에 이런 방침을 공개한 것도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이날 “올 8월부터 수사공보 개선을 위한 티에프를 구성해 운영해왔다”며 “하루라도 빨리 시행하는 것은 인권보장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공개소환 제도는 1993년 1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이마가 찢어진 사건 이후 논란을 빚어왔다. 이듬해 12월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가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통해 무질서한 취재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등 4개 항을 발표했다. 이후 2006년에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포토라인 운영준칙을 만들어 ‘알권리 실현과 취재원의 인권보호’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위 자체가 초상권·명예권 등 인격권을 침해하고 유죄의 예단을 심어주는 등 여론재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우리 언론의 취재관행은 수사-기소-재판의 3단계 사법절차 가운데 ‘수사’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공개소환은 물론 수사과정에서도 수사기관의 일방적 시각이 언론을 통해 전달됨으로써 피의자의 인권보장이나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가 위축됐다. 언론과 수사기관이 또다른 헌법적 가치인 알권리를 앞세운 때문이다. 사실 검찰이 수사단계에서 사건을 은폐·왜곡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신뢰가 형성된다면 알권리 보장도 공소제기와 재판 단계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

법무부와 검찰은 피의자 인권보호와 알권리의 조화는 물론, 피의사실 유포 등 다른 수사관행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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