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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기관이 ‘외래어 사용’ 앞장서는 부끄러운 현실

등록 2019-10-09 18:15수정 2019-10-09 18:57

외국어와 한글을 섞어 만든 과천시 도시 상징. 과천시 누리집
외국어와 한글을 섞어 만든 과천시 도시 상징. 과천시 누리집
한글날인 9일 정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축식을 열어 한글을 더욱 가다듬고 확산시킬 것을 다짐했지만 정작 공공기관들이 우리말을 외면하고 외래어·외국어를 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고유 문자인 한글을 만든 지 573돌이 됐지만 아직도 한글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경기도의회가 최근 경기도의 각종 문서를 살펴본 결과 국적 불명의 외래어와 신조어를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커톤 캠프’ ‘청년 플리마켓 버스킹 토크 콘서트’ 등이 그 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최근 연 ‘청년 해커톤 캠프’는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여럿이 참여해 마라톤 하듯 문제를 풀자는 취지에서 ‘해커톤’이란 용어를 썼지만 일반인들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24시간 1DAY 친환경급식 점검’ ‘청년비서관 노(NO)스펙(SPEC) 전형’ 등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자치단체 31곳 중 10여곳은 도시 상징에 외국어를 섞어 쓰고 있다. 과천시(I AM 과천), 광주시(Clean Gwangju), 수원시(휴먼시티 수원), 의왕시(Yes! 의왕) 등이다.

자치단체들이 외래어와 외국어, 신조어를 남발하는 것은 ‘한글 사랑’에 역행하는 것이다. 시민의 눈길을 끌려는 것이겠지만 가능하면 친근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내놓은 ‘전하는 말’에서 “한글은 배우기 쉽고 아름다운 글”이라며 “글을 깨친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글을 갈고닦는 일이 나라의 힘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축식 기념사에서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전문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한글날을 맞아 정부가 의례적으로 ‘한글 사랑’을 이야기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정부와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들은 ‘한글 사랑’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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