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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 넘은 대통령 비하, ‘벌거벗은 자유한국당’

등록 2019-10-28 19:15수정 2019-10-29 02:39

자유한국당이 제작해 28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 비하 애니메이션 ‘벌거벗은 임금님’의 한 장면.
자유한국당이 제작해 28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 비하 애니메이션 ‘벌거벗은 임금님’의 한 장면.

자유한국당이 28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문재인 대통령을 간신들에게 속아 벌거숭이가 된 임금에 빗댄 애니메이션을 제작·상영해 물의를 빚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참여한 당 공식 행사에서 이 영상을 상영하고 환호하는 모습은 ‘무개념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안보가 탄탄해진다는 안보재킷, 경제를 살린다는 경제바지, 최고의 신하와 국정운영을 한다는 인사넥타이를 갖춰 입었다고 착각하는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그려진다. 같은 이름의 덴마크 동화를 차용한 것이다.

민주주의 아래서 대통령을 얼마든 비판하고 풍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공당이라면 최소한의 지켜야 할 품위와 금도가 있는 법인데, 이 영상엔 대통령을 향한 적대적 감정만 여과 없이 담겨 있다. 인사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경찰차 옆에 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있구나’라고 말하는 대목은 너무 저급해서 눈살이 찌푸려진다. 얘기를 들은 여자아이는 배꼽을 잡고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군”이라고 조롱하고, 화난 남자아이는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임금으로 둘 수 없지”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전한 할아버지는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이란다’라고 결론 맺는다.

황교안 대표는 이 영상에 등장하는 ‘오른소리 가족’에 대해 “우리 정당사에 있어서 당 차원의 가족 캐릭터를 만들어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속한 당의 수준을 드러내며 스스로 벌거벗은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조국 사퇴 표창장’으로 빈축을 샀고, ‘패스트트랙 저지 공천가산점’을 추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퇴행적 행보와 대통령에 대한 도 넘은 비난만으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이제라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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