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9 18:53
수정 : 2019.10.30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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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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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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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6일째 110만 관객을 넘으며 선전하고 있다. 3년 전 나온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워낙 ‘페미니즘 논쟁’의 한가운데 섰던 작품이기에 개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터라 지금의 흥행은 더 의미가 있다. 그만큼 영화를 자신의 이야기로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작품 속 30대 경력단절여성 김지영의 삶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수많은 한국 사회 여성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대표적으로 여성의 취업률이 나이에 따라 엠(M)자 곡선을 그리는 나라다. 기혼여성(15~54살) 900만여명 가운데 비취업여성은 38.4%인데 이들 중 결혼·출산·육아 등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 절반이 넘고, 그 가운데엔 30대가 73.4%로 압도적이다. 한국에서 법적으로 남성도 육아휴직이 가능해진 게 1995년인데도 아직 사용 비율은 8.5%에 불과하다. 제도나 시스템만이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전업주부를 ‘맘충’으로 보는 시선, 능력이 있어도 승진에는 한계가 있는 여성 등 ‘공기 같은 차별’이 우리 주변에 여전히 존재함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차별을 ‘공격적’으로 폭로하지 않는다. 지영의 주변 인물들 또한 악인이 아니다. 누군가는 지영에게, 누군가는 어머니에게, 누군가는 남편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그런데도 개봉 전 ‘페미 영화’라며 무차별적인 ‘평점 테러’가 벌어지더니 개봉 뒤엔 일부 누리꾼들이 포털의 영화리뷰 난에 ‘가짜’ 명대사를 지어내 도배하고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놀이처럼 소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내며 여성혐오 인식을 부추기는 저급함 앞에 분노보다 차라리 안쓰러움이 느껴질 정도다. 여성 서사를 중심에 놓되, 세대와 젠더를 넘어선 ‘연대와 공감’의 가능성을 말하는 영화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더 번져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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