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1 18:47
수정 : 2019.11.02 02:32
민간 택지에 건설되는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우여곡절 끝에 다음주에 지정된다. 국토교통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결정한다고 1일 발표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5년여 만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7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 집값 안정 대책들을 모두 풀어버렸다. 집값 급등의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이번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추진 과정을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도 집값 안정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7월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민간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고강도 주택시장 안정대책인 ‘9·13 대책’ 이후 한동안 진정세를 보인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둘째 주부터 32주 연속 하락한 서울 아파트값이 7월 첫째 주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토부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값을 올리고 이게 다시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확한 진단이고 적절한 처방이었다.
그러나 이후 국토부는 갈팡질팡했다. 집 부자들이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보수 언론이 ‘공급 위축론’을 들어 비판하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안에서도 기획재정부가 경제사정 악화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4개월이 흘렀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6개월 유예기간을 줬고 시·군·구가 아니라 동별로 지정하기로 하는 등 내용도 애초 방침에서 많이 후퇴했다. 그러는 사이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평당 1억원대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전’ 성격이 강하다. 정부가 물렁한 태도를 보이면 투기세력이 고개를 들고 집값이 불안해진다. 거의 예외가 없다. 과거 경험이 말해준다.
정부가 이번에 집값 안정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주기를 바란다. 분양가 상승률, 청약 경쟁률, 주택 거래량 등 정량 요건만 보면 서울 25개구와 경기 과천·광명·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31개 투기과열지구가 모두 적용 대상이다. 이 중 일부만 지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외 없이 지정하는 게 옳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31일 발표한 ‘10월 넷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 4구와 마용성뿐 아니라 강서·서대문·영등포·종로·중구 등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또 과천·광명·하남시와 분당 등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집값으로 경기를 떠받쳐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시중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게 해야 한다. 규제 완화 등 경제 활력을 높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경제도 살리고 집값도 안정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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