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3 18:25
수정 : 2019.11.0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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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자스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한겨레21>과 인터뷰하던 모습.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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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자스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한겨레21>과 인터뷰하던 모습.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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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던 이자스민씨가 자유한국당을 나와 정의당에 입당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철새’라고 비판하는 등 여러 말이 나오는데, 그보다는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 등 소수자의 대표성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당시에도 새누리당의 비례후보 기용이 ‘총선용’이란 시각은 있었지만, 적어도 필리핀 출신의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가진 이씨의 국회 진출은 정치권과 사회가 한발 포용적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현역 시절 그는 ‘(극우 성향의) 일베와 (진보 성향의) 오유로부터 모두 공격받는’ 정치인으로 지내야 했다. 22명의 여야 의원이 함께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 기본법안’은 이자스민이라는 이름 하나로 내용이 침소봉대되며 ‘불법체류자 지원법’이란 프레임이 덧씌워지기도 했다. 지난 주말 그의 정의당행이 알려진 뒤 나오는 철새 논란이나 자질 논란 중 상당수는 잘못 알려졌거나 ‘이주여성’이기에 가해진 가혹한 평가가 많다. 일찍부터 다문화가정과 이주민의 권리를 위해 여러 활동을 펼쳐왔던 이씨로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발언을 하는 이가 대표인 정당 안에서, 역할에 한계를 느꼈을 법하다.
외국인 거주자가 200만명을 넘고 20년 뒤 국내 다문화가정 비율이 20% 이상 되리란 전망까지 나오는 시대다. 이주민 등 소수자의 대표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은 정당으로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씨의 선택이 알려진 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생각을 못한 민주당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반성하는 기회로 삼자’고 말한 데서 변화의 희망을 본다. 이주민 혐오와 차별이 늘고 있다지만, 한편에선 스리랑카 노동자가 ‘희생양’이 될 뻔했던 저유소 화재사건 당시 일었던 반대 여론처럼 달라진 모습도 분명 있다. 그런 변화를 가속할 책임은 먼저 정치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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