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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한반도에도 ‘탈냉전’을

등록 2019-11-08 18:14수정 2019-11-09 02:33

9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이 되는 날이다. 사진은 베를린 장벽 붕괴 다음날인 1989년 11월 10일 동·서독 사람들이 브란덴브르크문 앞 장벽 위에 서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9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이 되는 날이다. 사진은 베를린 장벽 붕괴 다음날인 1989년 11월 10일 동·서독 사람들이 브란덴브르크문 앞 장벽 위에 서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9년 11월9일, 동서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서독은 통일의 기쁨을 만끽했고, 동구권 공산체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잇따라 붕괴했다. 2년 뒤엔 소련마저 무너지며 냉전은 역사의 유물이 됐다. 이렇게 탈냉전의 세기적 전환이 일어난 지 30년이 됐다. 그럼에도 한반도만 아직 탈냉전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현실을 보면 착잡하다. 남북이 냉전적 대결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의 길을 닦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

외신을 보면, 30년 전 당시 현장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를 겪은 인사들은 한결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놀랍고 짜릿한 경험이었다”고 회고한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감독한 서독 출신 빔 벤더스는 처음에는 “장벽이 무너졌다고? 소련 탱크가 침공했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 베를린 장벽 붕괴는 서독이 1969년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 천명 이후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초당적으로 동-서독 간 화해와 교류·협력을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진보 정권이냐 보수 정권이냐에 따라 대북정책이 ‘화해’와 ‘대결’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국내 정치권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독일 통일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건 아니다. <한겨레>의 슈테펜 마우 훔볼트대 교수 인터뷰를 보면, 동·서독이 분열과 격차를 극복하고 통합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서독의 정치·경제적 우위는 분명한 반면 동독엔 실업과 저소득·박탈감이 만연해 있다고 한다. 제도 통일이 사회 통합을 보장하지 못한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새로운 어려움의 시작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독일 통일의 사례를 교훈 삼아, 어떻게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을 이뤄나갈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사회 통합을 해나갈지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밑그림을 그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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