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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연말 시한 앞둔 북-미, 이대로 시간 흘려보낼 건가

등록 2019-11-10 18:01수정 2019-11-11 02:10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2019년 10월5일(현지시각)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맨 왼쪽이 당시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스톡홀름/사진공동취재단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2019년 10월5일(현지시각)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맨 왼쪽이 당시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스톡홀름/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 이렇다 할 협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7~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 회의’에 한국을 포함해 북한과 미국의 정부 대표들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으나, 북-미 사이 실질적인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미가 협상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협상 교착 장기화로 인한 답답한 처지를 반영하듯, 북한은 모스크바 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기회의 창이 매일 조금씩 닫혀가고 있다”며 연말 시한을 다시 거론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중요한 것은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미국 쪽의 성의 있는 응답이 나와야만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기존의 방침을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에서 결렬을 선언한 뒤,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의 이름으로 잇달아 담화를 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며 ‘새로운 셈법’을 거듭 강조했다. 보름 새 세 번이나 담화를 낸 데서 북한의 초조감이 묻어난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눈에 띄는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워싱턴 정가를 휘감은 대통령 탄핵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골머리를 앓는 탓에 북-미 협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북한이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는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북한 입장에선 ‘연말 시한’이 최고지도자의 공언이라 말을 번복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북-미가 장외에서 신경전만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나라 모두 시간은 내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대로 해가 넘어가면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도 한-일 지소미아 문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북-미 협상에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비핵화 협상이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진전되기 어렵다. 북-미 교착 상황 타개를 위해 ‘촉진자’로서 정부의 창조적 대응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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