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0 18:19
수정 : 2019.11.2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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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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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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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철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그는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제1야당 대표의 급작스러운 단식은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뿐이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는데,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야당 대표가 협력은 못할망정 어깃장을 놓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은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지소미아 폐기라는 안보 갈등으로 바꾸고 미국까지 가세한 안보, 경제전쟁으로 밀어넣었다”고 했다. 본말이 전도된 인식이다. 일본이 수출규제로 안보 갈등을 야기했고, 우리는 마지못해 대응한 것이다. 한·미·일이 복잡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와중에 제1야당 대표가 외국 편을 드는 모양새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에 대한 인식도 ‘곡학아세’ 수준이다. 황 대표는 공수처법을 두고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자를 감옥에 넣겠다는 악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수처법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이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야당 탄압이 아니라 공직자 비리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선거법을 두고도 “국민 표를 도둑질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득표율에 따라, 즉 국민 뜻에 비례해 의석을 나누는 제도다. 지금의 선거법이야말로 국민 뜻을 왜곡해 거대 정당들이 표를 더 얻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여러 정당이 합의해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을 두고, 제1야당 대표가 단식으로 반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협상의 대상이지, 단식투쟁의 대상이 아니다. 황 대표는 단식이 아니라 협상에 나서 다른 정당을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황 대표가 삭발에 이어 단식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도 실망스럽다. 단식 장소를 청와대 앞으로 정했다가 국회로 바꾼 것도 어색하다. 최근 당내에서 지도력이 의문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뜬금없는 단식으로 이를 만회할 수는 없다. 오히려 외면만 받기 쉽다. 명분도 없고, 방식도 부적절한 단식이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황 대표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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