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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끝내 ‘강제노역 인정’ 약속 뒤집은 철면피 아베 정부

등록 2019-12-03 18:42수정 2019-12-04 02:39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으로 악명 높았던 나가사키현 앞바다의 섬 하시마(일명 군함도)에서 이재갑 사진작가가 찍은 조선인 숙소의 모습이다. 이재갑 사진작가 제공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으로 악명 높았던 나가사키현 앞바다의 섬 하시마(일명 군함도)에서 이재갑 사진작가가 찍은 조선인 숙소의 모습이다. 이재갑 사진작가 제공

일본이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메이지 시대의 산업 유적지에 대한 두번째 후속 조치 이행보고서에도 ‘한국인의 강제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처 사항’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가 1940년대 전시 물자의 공급을 위해 한국인을 강제노역에 동원한 사실마저 끝내 감추려는 의도로 읽힌다. 일본은 더는 불리한 역사라고 은폐하고 왜곡할 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은 지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메이지 시대의 제철소와 조선소, 탄광 등 산업 유적지 23곳을 세계유산으로 올렸는데, 이 중 군함도 탄광 등 7곳이 한국인이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악명높은 곳이다. 일본은 당시 한국이 이들의 등재를 강력히 반대하자, 한국인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 노역했다고 인정하고 정보센터 등을 설치해 희생자들을 기리는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세계유산위원회는 결정문에서 일본에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일본은 2년 뒤인 2017년 12월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한국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빼고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 한반도 출신자들이 있었다’고 표현했고, 정보센터도 희생자 추모와 무관한 싱크탱크 형태로 도쿄에 설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듬해 6월 다시 ‘2015년 결정문’의 충실한 이행을 요구하며 업데이트된 추가 이행보고서 제출을 요청했으나, 이번에도 일본은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다시 제출한 것이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철면피한 일본의 행태에 어처구니가 없다.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가 당사국 간 대화를 권고했음에도 우리 정부의 대화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의 이런 경직된 자세에는, 이 문제가 최근 한-일 간 첨예하게 맞붙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 같다. 역사적 진실 앞에서 책임감은 없고 유불리의 주판알만 튕기는 모습에서 실망감을 넘어 비애를 느낀다.

한·일은 이달 말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정상회담을 열어 관계 개선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이 끝까지 역사적 책임을 방기한다면, 이번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일 갈등은 풀리기 쉽지 않다는 걸 일본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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