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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화의 문’ 닫지 않은 북한…미국이 응답할 때

등록 2020-01-01 18:12수정 2020-01-02 02:35

김정은 “곧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할 것”
군사 긴장 고조·비핵화 협상 난관 우려
미국 ‘제재 완화’ 등 실질 대책 내놓아야
북한이 28~31일 나흘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미 정책과 전략무기 개발을 언급한 대목에서, 과거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이 나왔다. 연합뉴스
북한이 28~31일 나흘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미 정책과 전략무기 개발을 언급한 대목에서, 과거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이 나왔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나흘간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경제 건설과 군사력 강화 병행’을 새로운 길로 제시하면서 “곧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에 달렸다”고 말해,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런 김 위원장 발언은 연말연시를 즈음해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 등 행동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를 비켜간 것이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입으로만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는 말을 반복할 게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보고’는 해마다 1월1일 나오던 신년사를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 1천여명이 참석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나흘씩이나 연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이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고민을 내보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겠다’는 김 위원장 발언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며, 머지않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새 전략무기’란 다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또는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다탄두 장거리미사일이건,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이건 새 전략무기 시험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높이고 북-미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게 분명한 만큼, 북한은 ‘도발적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북한이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절될 것”이라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 되돌아올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는 그(김정은 위원장)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훌륭한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강하게 맞대응하지 않은 건 긍정적이지만, 이런 식의 추상적인 말만으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은 지난 1년간의 궤적으로 이미 확인되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까지 북핵 문제가 더 악화되지만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적당히 좋은 말’로 언제까지나 그럭저럭 끌고 갈 수 없다는 걸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미국이 지지함으로써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등의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는 내놓아야 한다.

이번 김 위원장 보고에서 남북 관계에 관한 언급이 빠진 점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손 놓고 있을 때는 아니다. 지난달 한·중 정상이 한목소리로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강조한 게 효과가 있었듯, 미국의 전향적 행동을 설득하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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