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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문재인’만 내세운 황교안 대표 새해 회견, 실망스럽다

등록 2020-01-22 18:24수정 2020-01-23 02:39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새해 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새해 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확실한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라며 “4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총선 압승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4월 총선에서 보수세력을 결집해 정권 심판을 하겠다는 제1야당 대표의 ‘정치적 포부’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기자회견 내내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태도로 일관한 것은 몹시 실망스럽다.

황 대표는 “오직 조국과 북한 바라기밖에 보이질 않는다” “희대의 사기극” “대한민국을 더 확실히 무너뜨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 비난에 극단적인 수사를 총동원했다. 국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입법 등에 대해선 “범여권 야합 세력이 장악한 국회는 대통령 하명을 수행하는 거수기가 됐다”고 비난했다. 국민 다수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건 고려 대상이 아닌 듯싶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적개심 고취가 ‘반문 세력’ 통합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비전과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채 날이 선 언어로 정부를 맹비난하는 것만으로는 황 대표가 말하는 ‘수권 정당’이 될 수 없다는 걸 우리 정치사는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레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의도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황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통제의 시급성”을 내세웠지만, 선거 때만 그런 주장을 할 뿐 실제 개헌 논의에 들어가면 협조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의 행적을 많은 이들이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국정혼란 수습과 민심 안정을 위한 대통령과의 ‘1 대 1 영수회담’ 제안도 생뚱맞다. 그는 “제1야당 대표 취임 이후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 국정을 상의한 기억이 없다. 여러번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표 자신이 ‘1 대 1 만남’을 고집하며 여야 5당 대표 회동, 국정운영 상설협의체 가동 등 대화를 거부한 건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사실상 ‘척결 대상’으로 설정한 문 대통령과 1 대 1 회담을 하자는 것도 앞뒤가 맞질 않는다. 황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먼저 상호 존중의 자세를 보이는 게 필요할 것이다.

황 대표는 회견에서 “과감한 공천 혁신으로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모든 것을 바꾸겠다”면서 현역 의원 50% 교체를 약속했다. 황 대표는 이 약속만이라도 꼭 지켜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탈바꿈을 이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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