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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20명 중 6명 ‘법조인’, 씁쓸한 민주당 인재영입

등록 2020-02-11 17:52수정 2020-02-12 02:37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환영행사에 법조인 출신 영입 인재인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뒷줄 왼쪽 둘째부터), 이탄희 전 판사, 이소영 변호사, 이수진 전 판사(뒷줄 오른쪽 첫째)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환영행사에 법조인 출신 영입 인재인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뒷줄 왼쪽 둘째부터), 이탄희 전 판사, 이소영 변호사, 이수진 전 판사(뒷줄 오른쪽 첫째)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1일 핵물리학자 이경수 박사와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영입을 끝으로, 4월 총선을 겨냥한 1차 인재 영입을 마무리했다. 영입 인재의 면면을 보면, 전체 20명 가운데 6명이 판검사와 변호사 출신으로 ‘법조인 편중’이 두드러진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엔 미흡하다. 젊은층의 ‘공정과 정의’ 요구가 강렬한 시점에 이런 모습의 인재 영입이 국민에게 어떤 비전과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 정치의 법조인 선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대 국회의 법조인 출신 의원 비율은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20%를 웃돌았다. 이런 ‘과다 대표성’이 여러 갈래의 국민 목소리를 국회 입법과 정책에 반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정치의 사법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특히 젊은층과 소수자를 중시해야 할 ‘인재 영입’에선 의식적으로라도 법조인 비율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본다.

법조인 영입에 힘을 쏟는 건 비단 민주당만의 일은 아니다. 모든 정당이 각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이들을 영입하면서도 결국은 ‘변호사’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4일 자유한국당은 7명의 여성 변호사를 한꺼번에 영입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분들은 여성과 취약계층을 위해 열정을 다했다. (자유한국당이) 여성친화정당 면모가 더 강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로스토리 대표 홍정민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경력단절 여성의 롤모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사회엔 수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있고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애쓰는 사람도 많은데, 왜 정당의 영입 인재는 꼭 변호사일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영입 인사 중에는 사법개혁을 위해 애쓴 3명의 전직 판사가 포함됐다. 이 중 이탄희 전 판사는 오래전에 사법부를 떠났으니 그렇다 해도, 나머지 두 사람은 사실상 법원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한 경우다. 내부 개혁의 한계를 절감하고 밖에서 ‘사법개혁’을 추동하겠다는 진정성을 이해하더라도, 판사의 정치권 직행은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정당의 인재 영입은 선거에서 그 지향과 가치를 유권자에게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행동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고 누구의 목소리를 더 정치에 반영해야 하는지, 정당들은 깊이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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