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이날 뒤늦게 고발을 취하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여론조사에서 ‘정권 견제론’이 ‘정부 지원론’을 오차 범위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지만 눈에 띄는 변화다. 이런 흐름은 최근 민주당의 모습, 신문 칼럼 고발 건이나 정세균 총리 발언 논란, 경쟁도 활력도 없는 당내 경선 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둔 민심의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갤럽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 견제 위해 야당 승리해야’라는 응답이 45%, ‘정부 지원 위해 총선에서 여당 승리해야’라는 응답이 43%를 기록했다. 특히 중도층에선 ‘야당 승리’(50%) 응답이 ‘여당 승리’(39%) 응답을 훨씬 앞섰다. 선거를 코앞에 둔 집권여당으로선 위기 징후라 할 만하다.
그 이유를 민심과 동떨어진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행보와 분리해서 보긴 어렵다. ‘민주당만 빼고’란 제목의 칼럼이 중립적인가라는 문제와 별개로, 민주당이 필자와 신문을 검찰에 고발한 건 ‘권력의 힘을 빌린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 문제인 건, 이런 기본적 인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금 민주당의 현실이다. 정세균 총리의 ‘손님이 적어서 편하시겠네’란 발언 논란도 비슷하다. 전후 맥락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렇게) 난도질하는 게 ‘일국의 총리’를 대하는 온당한 태도냐”고 대응하는 데서, ‘국무총리는 성역인가’라는 생각을 많은 이들은 하게 된다. ‘권력의 속성이란 다 똑같다’고 국민이 느끼는 순간, 집권세력에 거는 기대와 신뢰는 사라진다는 걸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여론에서 동떨어진 모습은 공천 과정을 봐도 알 수 있다. 다양성도 감동도 찾기 힘든 외부인사 영입뿐 아니라 당내 경선에서도 신선한 변화의 기운을 기대하긴 힘들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주말 서울에서 김성태(3선·강서을)·박인숙(재선·송파갑)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중진 중 서울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국무총리·장관으로 간 이를 빼면 한 사람도 없다. ‘지금까지 잘했으니 굳이 바뀔 필요 없다’는 그릇된 환상에 민주당이 빠진 걸로 유권자는 받아들일 것이다.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그건 국민의 선택이다. 다만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국민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 지금 쏟아지는 비판이 무얼 의미하는지 민주당은 되돌아볼 때다. 야권의 지리멸렬함에 기댄 반사이익만 추구해도 괜찮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