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서대문시온교회에서 방역업체 직원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과 사흘 새 코로나19 확진자가 170명 이상 늘어난 가운데 두번째가 사망자가 나오고 부산, 경남, 제주 등과 현역 군인들 중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됐다. 감염자가 집중된 대구·경북뿐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나 군부대에서도 여러 선제적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가 대구 신천지교회 관련으로 드러나며 원인과 책임을 놓고 비난과 공방도 거세진다. 그러나 지금은 감염자를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급선무다. 당국과 국민 모두 현 상황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21일 기준 누적 확진자 200여명 가운데 8할 가까이, 사흘 새 추가 확진자만 보면 9할 이상이 대구 신천지교회와 청도대남병원 관련자들이다. 이밖에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모두 6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 사례는 몇몇 개별 집단에서 유래해 환자 수는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이 연결돼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천지 예배 참석자들이나 이들의 접촉자들이 병을 알지 못한 채 전국으로 흩어진 건 매우 불안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특히 신천지와 청도 지역, 그리고 대남병원에서 있었다는 이만희 총회장 형의 장례식 사이 관계는 아직까지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다. 이날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에게 보내는 특별편지를 통해 “금번 사건은 마귀의 짓”이라면서도 “당국의 지시에 협조”하라고 했는데, ‘적극 협조’ 행동이 절대 말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31번째 환자의 진단 권유 거부, 일부 신자에 의한 거짓 종용, 확진 간호사가 신도인 것을 나중에 밝힌 점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온라인 일부에선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 자체에 ‘낙인’을 찍는 식의 비난이 과열되는 양상인데, 자칫 이들이 증상 공개를 더 꺼리게 될까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지금은 이들의 조기 발견과 격리, 치료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 중요하다.
코로나19를 놓고 음모론이나 과도한 정치적 공세를 일삼는 이들이 여전한 건 개탄할 일이다.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은 유튜브에서 하나님의 중국심판론을 퍼뜨리거나 국무총리 이름과 연관시켜 정부 공격을 벌인다고 한다. 대구지역의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는 대통령과 폐렴을 연관시켜 피켓시위를 벌였다는데, 한달 넘게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결정에 불신을 갖게 되면 위기 극복은 더 어려워짐을 모두 마음에 새겨야 한다.
정부는 대구·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며 병상과 인력 등 지원에 나섰다. 다수의 증상의심자들을 어떻게 신속히 진단·치료하느냐가 관건인데, 선별진료소 형태·음압병실 사용 등 조처 강도를 완화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에도 귀 기울이기 바란다. 이날까지 두명의 사망자가 나온 대남병원 감염자 대부분은 질환 특성상 증상을 초기에 스스로 말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이 ‘약자’들에 더 가혹하다는 점을 잊지 말고 정부는 세심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심각’ 단계로의 격상이나 강력한 전국적 조처 요구는 준비 없이 들어갈 경우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과 국민 모두 추이를 냉정히 지켜보며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국적인 학교 개학연기는 맞벌이 부부의 유연한 근무 조정 등과 맞물려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