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겨냥한 위성정당 창당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위성정당 불가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지지자의 자발적 창당까지 막을 수 없다는 논리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의병들이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있겠냐”고 말했고,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창당은 자유이기 때문에 우리가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명분 없는 군불때기를 그만두는 게 옳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이 직면한 현실적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이미 지역구와 연동한 비례 의석 배분으로 거대 정당이 과잉대표되는 걸 막겠다는 선거법 개정 취지가 위협받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 30석 가운데 20석 가까이 싹쓸이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민주당을 더욱 고민스럽게 한다. 민주당은 지역구와 연동된 비례 의석을 거의 배분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통해 다수 의석을 챙긴 미래통합당은 과반인 150석 이상을 확보할 수도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폐지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이 현실화할 총선 결과를 막기 위해 ‘위성정당 창당’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거론하는 것은 비겁한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법 개정 때부터 위성정당 가능성은 예견됐던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에 맞서 위성정당 창당을 공언했다. 비례 의석을 대폭 늘려 완전한 연동형을 추진하지 않고,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하면서 기존 비례 의석 47석 안에서 준연동형이라는 누더기 해법을 마련한 근본적 한계를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추진하는 건 그동안 주창해온 선거제도 개혁의 명분을 포기하는 것이다.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의 의석 확대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거대 양당 구도로 되돌리겠다는 선택으로, 소수 정당의 반발을 불러올 게 불 보듯 뻔하다.
힘겨울수록 초심을 유지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제 와서 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한다면 게도 구럭도 다 잃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을 믿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허구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의 공천으로 지역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