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지난 28일 오후 2시께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대기 중인 한국인 등의 모습. 교민 김씨 제공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와 지역도 급속히 늘고 있다. 1일 외교부 집계로 한국발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을 강화한 지역은 80곳에 육박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폭증 추세로 보아 이런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먼저 주의 깊게 봐야 할 곳은 미국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가 나온 지난 29일 미국 정부는 대구를 ‘여행 금지 권고 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아직 한국에 대한 여행 금지는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상황 악화에 따라서 추가 조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행 한국인들의 의료 검사를 강화할 뜻도 밝혀 앞으로 출국 전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급작스러운 조처로 한국인 방문객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터키에서는 1일부터 한국을 오가는 모든 여객기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해 우리 국민 47명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베트남의 경우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베트남 정부는 29일 한국발 여객기가 이륙한 직후에 하노이 공항 착륙 불허 방침을 통보해 항공편이 회항하기도 했다. 베트남 당국은 2004년 이후 허용해오던 한국인 무비자 입국도 중단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들의 불편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워낙 커서 외국 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을 무작정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염 공포에 쫓겨 지나친 제한 조처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 확진자 급증은 우리의 검진 역량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각국 정부에 한국의 상황을 최대한 상세히 설명해 무리한 조처가 나오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