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마스크 혼란, 노약자·취약계층 공급이 우선이다

등록 2020-03-03 18:10수정 2020-03-04 02:11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공급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약국,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한 정부의 ‘공적 판매’ 물량이 풀린 뒤에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여전하다. 마스크 사려고 줄 섰다가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란 말까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겸한 국무회의에서 원활하지 못한 마스크 공급에 관해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다”며 “최대한 생산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최대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보급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공적 판매처를 통한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생산, 공급, 유통 단계의 빈틈을 메우는 일은 당연한 선결 과제이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지금 같은 공적 판매 방식에선 정작 필요한 곳에 제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장 먼저 마스크가 있어야 하는 폐질환자를 비롯한 노약자, 취약계층과 함께 방역 일선에 서 있는 담당자, 의료진은 뒤로 밀린다. 경쟁적인 구매 방식에서 젊고 건강한 이들이 먼저 마스크를 챙기는 것은 사회 전체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부산 기장군이나 경기 안산시처럼 공적 조직을 통한 배분 방안을 다른 자치단체들도 검토·추진하길 바란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는 물론이고, 우체국 같은 현장 판매처에서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방식에서 정작 취약계층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같이 풀어야 한다. 안산 지역처럼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의 풀뿌리 조직도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제조업체들의 건의에 따라 관련 물품의 전략물자 지정과 공적 비축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한 이런 방안은 물론 필요하겠지만 수요 쪽의 대응이 병행돼야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누리집을 통해 “(젊고 건강한) 일반인들이 신종코로나 전파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권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나 마스크를 맹신하는 것을 재고해볼 여지는 있다. 마스크의 효과를 과신하게 되는 문제와 함께 마스크 탓에 숨이 차서 턱 밑으로 내려 쓰거나 마스크를 쓰고 벗는 과정에서 얼굴을 자주 만지는 데 따른 위험이 되레 크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곧 내놓기로 한 ‘대국민 마스크 사용 권고안’에 면마스크 사용,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에 대한 실효성 있는 내용을 잘 담아내길 바란다.

‘마스크 공급도 제대로 못 하는 정부가 정부냐’는 따위의 비난엔 귀를 닫아도 된다.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모든 게 만사형통’이라고 주술을 읊어대다가 정부 공격하자고 스스로의 말을 뒤집는 소리에 불과하다. 감염병 사태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애로사항처럼 마스크 문제에서도 서로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게 우선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