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방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2020.3.3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중단 요구에 대해 ‘주제넘은’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다.(▶관련기사: 북 김여정 “인민군훈련 청와대 반응은 적반하장 극치”) 아무리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여도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는 법이다. 매우 무례한 행동이며, 자제하는 게 옳다.
북한에서 김일성 직계를 뜻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직접 대남 비난에 나선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불만을 그대로 대변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화력전투훈련’이라 말하면서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한 게 아니다. 자위적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를 겨냥해 “전쟁연습 놀이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빈정거렸다.
북한은 이번에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화력전투훈련을 예년보다 작은 규모로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동북아 모든 나라가 코로나19 방역에 정신없는 비상한 시점에 보란 듯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당시 밝고 구김살 없는 행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도 남겼다. 그런 인사가 이렇게 거친 저잣거리 말투로 막말을 했다는 건 몹시 실망스럽거니와, 남북 간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나마 김 부부장이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을 삼간 건 최악을 피하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더는 막말 비난으로 남북 간 감정의 골을 깊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남북 방역회담에 먼저 적극 화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