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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베 정부, ‘한국인 입국 제한’ 철회해야 한다

등록 2020-03-06 21:53수정 2020-03-07 02:35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왼쪽)를 초치한 뒤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0.3.6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왼쪽)를 초치한 뒤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0.3.6

일본 정부가 9일부터 한국과 중국 입국자에 대해 ‘2주간 대기’를 요청하겠다고 5일 밝혔다. 말은 ‘대기 요청’이지만 사실상 격리 조처로 입국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발급한 입국 사증(비자)도 이달 말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9일부터 일본인에 대한 사증 면제를 중단하고 이미 발급한 사증의 효력도 정지하겠다고 6일 밝혔다. 또 일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나 예고가 없었던 일방적인 조처다. 아베 정부가 초기 방역에 실패한 책임을 엉뚱한 데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악화된 한-일 관계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일본이 먼저 한국인 입국 제한 조처를 철회하는 게 옳다.

아베 정부가 이런 조처를 내놓은 것은 일본 내에서 감염병이 크게 확산하면서 정부의 방역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확진자는 1천명을 넘어섰다. 일부에선 검사 수가 한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가 1만명을 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방역 실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로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이 연기되면서 중국 입국자 차단의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되자, 이번 조처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일본 내 감염 확산은 아베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예컨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요코하마 입항 때 확진자를 확인하고도 사흘간 아무 조처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탑승객 전원을 선상 격리하는 등 늑장 대처로 사태를 키웠다. 일본에서도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된 상황이라 입국자 차단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당장 할 일은 입국자 차단이 아니라 지역사회 방역 강화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한 데 이어 예고한 대로 대응 조처를 내놓았다. 사태가 이렇게 된 책임은 먼저 입국 제한에 나선 일본 쪽에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내 감염 확산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조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일본이 먼저 입국 제한을 철회해야 한다.

국내 확진자는 6천명을 넘어섰지만 누적 검사 수가 16만여건에 이르는 등 한국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은 국제사회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번에 적지 않은 허점을 보였지만 우수한 방역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일 두 나라는 임상 경험이나 정보 공유 등에서 긴밀히 협력하면서 함께 감염병 퇴치에 나서는 자세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조처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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