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배려의 ‘마스크 양보 운동’, 이게 시민의 힘이다

등록 2020-03-09 18:25수정 2020-03-10 02:39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마스크 양보 운동’ 공개 약속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마스크 양보 운동’ 공개 약속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 ‘마스크 양보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괜찮아요, 당신 먼저’ ‘#마스크 양보하기’ ‘#마스크 안사기’ 등의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지고 동참 의사가 이어지고 있다. 노약자, 의료진, 방역요원, 자원봉사자 등에게 마스크가 우선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사람이나 마스크를 어느 정도 사놓은 사람들은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구입하지 말자는 캠페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힘이 됐던 배려와 양보의 ‘공동체 정신’이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 양보만이 아니다. 남는 마스크를 필요한 곳에 기부하거나 직접 만들어 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외출 자제로 배달 물량이 늘어나면서 고생하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마스크와 간식을 현관 앞에 놓아둔 사진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든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확진자 정보 사이트인 ‘코로나 알리미’를 만들었던 고려대 학생들이 이번에는 편의점 마스크 재고 정보를 알려주는 ‘마스크 알리미’를 공개했다. 이 모든 것이 위기 극복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이다.

대한약사회도 8일 발표한 ‘마스크 안정수급 관련 국민 협조 요청’ 성명에서 “현재 약국에서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로, 의료진 등 꼭 필요한 분들에게 먼저 공급할 수 있도록 ‘나는 OK, 당신 먼저’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약사회는 “마스크는 감염 예방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지나친 불안에서 비롯된 가수요는 현 상황의 극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마스크 사용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감염 우려가 크지 않은 경우 손 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는 등 개인 위생 관리가 더욱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문제가 해소되지 못해 대한히 송구하다”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양보와 배려, 협력을 기반으로 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총리는 자신을 비롯한 공직사회가 먼저 면마스크 사용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국내 마스크 하루 최대 생산량은 1300만장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이니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국민 1명당 1주일에 2장을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들이 덜 급한 수요를 며칠만 늦춘다면 마스크 수급 불일치가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 구매 요일을 제한하는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지만 우려했던 큰 혼란은 없었다고 한다. 마스크 양보 운동이 도움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마스크 양보 운동은 이런 실질적 효과 외에,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지친 국민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고 있다.

▶ 관련 기사 :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긴 줄이 사라졌다

▶ 관련 기사 : “마스크 대란 ‘공포팔이’ 언론 한몫…보도준칙 따랐나 의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