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코로나발 경제위기 대응, 지금은 실탄 아낄 때 아니다

등록 2020-03-16 18:42수정 2020-03-17 02:3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은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은 제공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6일 새벽(한국시각) 기준금리를 ‘제로 금리’ 수준으로 인하한 데 이어 한국은행이 이날 오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가 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던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예상보다 앞당겨 열어 금리를 내린 것은, 지금은 금융시장의 안정과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 진정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은이 그동안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때인 2001년 9월과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두번뿐이었다. 또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0.50~0.75%에서 0.25%로 인하하고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에 은행채까지 포함하는 등 유동성 확대 방안도 내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2.1%)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일에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2주일 사이 1.5%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전격적이면서 파격적인 결정이다. 연준은 또 국채 5천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2천억달러를 사들이는 7천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 조처도 단행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내놓은 양대 카드였다. 그만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등 많은 나라의 경제 활동에 피해를 줬다”며 “글로벌 금융 여건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캐나다, 영국, 호주 중앙은행이 미 연준의 3일 금리 인하에 뒤이어 금리를 내렸고, 일본도 곧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코로나19 사태가 실물 경제와 금융 부문에 동시에 충격을 주는 복합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실물 경제와 금융 부문에 복합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이른바 ‘브이’(V)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유’(U)자, 더 나아가 ‘엘’(L)자 경로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지금의 상황을 ‘비상경제 시국’으로 규정하고 전례 없는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일단 추가경정예산안부터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7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는 16일까지도 추경 규모에 합의하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은 4·15 총선을 의식해 “세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민생이 위기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 선거에서 유불리를 따져 정쟁거리로 삼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지금은 사실상 전시와 다를 바 없다. 실탄을 아낄 때가 아니다. 재정·금융·외환 분야에서 일시적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총력 대응해야 한다.

▶ 관련 기사 : 한은, 기준금리 0.75%로 인하…사상 첫 ‘0%대 금리’

▶ 관련 기사 : 미 연준, ‘제로 금리’ 전격 인하…선물 ‘-5% 제한폭’ 하락​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