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전날 밤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국내 금융시장이 빠른 안정세로 화답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비상경제회의에서 제시한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한 코로나19 대책의 실행을 서둘러 안정감을 높였으면 한다. 정책의 방향 못지않게 속도가 중요해진 비상 시기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2원 내린 124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108.51포인트 오른 1566.15, 코스닥 지수는 39.40포인트 올라 467.75에 마감했다. 코스피200 선물은 오전 한때 5% 넘게 치솟아 ‘매수 사이드카(거래 일시정지)’가 발동될 정도였다. 전날 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 최소 6개월 동안 유지하기로 한 데 따른 반응이다. 연일 대폭락세였던 금융시장에는 가뭄 속 단비였다.
단기 안정이 중장기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태의 뿌리인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진정되더라도 나라별 확산의 시차가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정부가 기왕에 발표한 대책의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할 이유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20일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통령 주재 첫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빠른 결정이다.
증권시장안정펀드의 조성 작업 또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 비상경제회의 뒤 설명회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증시안정펀드 조성 방안을 제시하고도 “구체적 집행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거나 “대책은 다음 회의에서”라고 말하자 금융시장에서 질타가 쏟아졌음을 돌아봐야 한다. 내규를 비롯한 소정의 절차 마련을 평시대로 할 수는 없다. 때를 못 맞춘 대책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서 “속도, 속도”를 강조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을 터다.
아울러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책의 집행 실태도 따져볼 때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0일 정책점검회의에서 인정했듯 금융지원 과제가 지연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서류’와 ‘현장’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자금 지원과 함께 만기 연장 원활화, 여신 회수 자제가 필요하다. 개별 금융회사 차원의 ‘합리적 행동’이 실물 경제, 나아가 전체 금융권을 질식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