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을 30일 앞둔 지난 16일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함을 미리 점검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4·15 총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참정권 침해 우려가 현실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염증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이탈리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17개국에서 4·15 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들 지역에 등록된 재외국민 선거인 1만8천여명이 졸지에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잃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관위는 이들 국가에서 외출 제한과 통행 금지가 시행돼 투표 참여 선거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국 주재 한국대사관들도 국민 참정권을 실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심했지만 현실적으로 투표가 어렵다는 판단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불가피한 측면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일부에선 미흡한 대처로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걸 선관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문제는 국내 투표에선 참정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는 것을 꺼려 4·15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현재까지 확진을 받고 격리 중인 환자에 대해선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우편으로 투표하는 ‘거소투표 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거소투표 신청 기간이 28일로 끝난다. 선관위는 이후 발생할 확진 환자를 위해서 4월10~11일 사전투표 기간에 별도의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이후 발생할 확진·격리 환자에 대해선 “투표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도 “투표 당일 기침·발열이 있는 유증상자는 집에 머물러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가능한 한 참정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와 선관위의 역할이다. 집단감염 우려로 가족 면회 금지는 물론 사실상 외부와 차단돼 있는 요양병원, 양로원에 있는 유권자에 대한 투표권 보장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온라인투표 방식 등을 제안하지만, 선관위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선관위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국민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소 방역 등에도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