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관광객들이 오는 것을 막으려고 제주 서귀포시청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조성된 9.5㏊(9만5천㎡) 규모의 유채꽃 광장을 트랙터로 파쇄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빼앗긴 봄에 다들 힘들고 지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지 3주가 지났다. 아직 희미하지만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9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7명, 지난 2월20일 16명 발생 이후 가장 적다. 이번주는 8일 하루를 제외하면 내내 확진자가 50명 아래로 줄었다. 대구는 9일 신규 확진자가 한명도 없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52일 만에 처음이다. 의료진의 헌신, 방역당국의 노력, 시민들의 협조가 함께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절대 아니다. 특히 이번 주말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핀 봄꽃은 ‘갇힌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나들이의 강한 유혹을 일으킨다. 4·15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선거 유세도 곳곳에서 열린다. 성탄절과 함께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이 12일이다.
김강립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10일 “여기저기 흩어져 숨어 있는 감염 요인이 어느 순간 결집하면 대규모 집단감염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위험이 폭발되는 것을 막고 남아 있는 잔불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 끈기를 갖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구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계속 확인되고, 외국에서 입국한 확진자의 가족과 지인의 감염도 잇따르고 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희망의 희미한 신호를 진짜 희망으로 바꾸려면 우리 모두 이번 주말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무르익은 봄기운에 야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조금만 더 참자. 상춘객이 몰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축구장 10배 넓이의 유채꽃밭을 갈아엎은 제주 서귀포시 가시리마을 주민들의 뜻을 헤아려봤으면 한다. 11일까지 이어지는 사전투표와 주말 선거 유세 현장은 방역 또한 빈틈없어야 할 것이다. 천주교와 많은 개신교 교회들이 부활절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일부 교회들은 여전히 현장 예배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부활절 현장 예배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