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용직 노동자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단도매시장에서 빈 수레를 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발 고용 충격의 실상이 통계로 뚜렷이 확인됨에 따라 정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4·19혁명 기념식에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은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이라며 “고용 유지를 위해 기업과 노동자를 돕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열릴 대통령 주재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 종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자리를 잃었을 때 1차 안전망은 고용보험에 따른 실업급여인데, 고용보험 가입률이 49.4%(2019년 8월)에 그친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보호망 밖에 있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 충격을 집중적으로 받는 계층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통계청의 ‘3월 고용 동향’을 보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임시·일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서 취업자 수가 대폭 줄었다.
근본적으로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확대해야겠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긴급 처방이 시급하다. 택배 기사, 퀵서비스 노동자,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만 해도 220만~23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에 대해 적절한 지원은 경제 전반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고용보호망 확충을 위한 노력이 지금껏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 등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법안까지 발의돼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별도 보호망인 ‘한국형 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실행을 위한 법안도 마찬가지 신세다. 취약계층의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인 만큼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다만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법·제도의 마련을 마냥 기다리기만 할 일은 아니다.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고용보호망에서 배제된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실업수당을 책정해 한시적으로라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추후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조건을 달아 시행한다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효과를 아울러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조처라고 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18일 페이스북에 썼듯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며 대규모 소비 충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