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놓고 정부와 여당 간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대로 전체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반면, 기획재정부는 소득 하위 70%에만 준다는 애초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총선 전의 약속을 깨고 선별 지급을 주장하면서 양상이 복잡해졌다. 이러다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장기간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간의 충돌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재난지원금 하위 70% 지급 원칙을 고수하는 기획재정부를 겨냥해 “사실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날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지급안의 “5월 초 시행”을 주장한 직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급 기준 (하위 70%)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여당의 요구를 정부가 대놓고 거부한 것이라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당정 간의 이견은 전 국민 지급안에 대한 야당의 반대에 좋은 빌미를 주고 있다. 이날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당정이 먼저 지급 대상에 대한 합의를 보라”고 요구했고, 통합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은 “정부 예산안대로 통과시켜주겠다”고 거들었다. 당정 엇박자에 기대어 약속 번복의 비판을 피해 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야당을 탓하는 여당, 애초 안을 고집하는 정부, 정부·여당에 공을 떠넘기며 발을 빼는 야당이 삼각형으로 물고 물린 꼴이라 문제를 풀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의 말 바꾸기 못지않게 정부·여당의 엇박자가 혼선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견을 정리해야 한다. ‘여야 합의 존중’을 이유로 한발 물러서 있을 때가 아니다.
코로나발 경제 위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은 한가해 보일 지경이다. 소비, 투자, 생산 모두 위축되고 있는 터에 이날 발표된 20일까지의 4월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9%나 줄었다. 국제유가(WTI, 뉴욕상업거래소 5월 인도분)가 20일(현지시각) 배럴당 -37.63달러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상징적이다. 세계 경제가 수요 급감에 따른 초유의 위기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빨리 매듭짓고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 방지라는 더 핵심적인 과제에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