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 최고위원, 이 원내대표, 박광온 최고위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직원을 성추행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선출직 공직자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젠더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남인순·박주민·설훈 최고위원, 윤호중 사무총장도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오 전 시장 제명, 그리고 당 지도부의 사과·반성은 너무 당연한 기본 조처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범죄 때도 똑같은 약속을 했다. 하지만 광역단체장의 성범죄는 재발했다. 오 전 시장은 코로나19로 비상근무를 하는 와중에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했다. 더욱이 ‘엔번방 사태’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노와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또 오 전 시장은 피해자를 회유하려 했다. 총선 전에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다면 유권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낸 국민이 느낄 실망과 배신감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좀 더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합당한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당장 피해자에 대한 오 전 시장의 회유와 압박 등을 명백하게 가려야 한다. 나아가 그의 사퇴로 내년 4월17일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오거돈 전 시장 같은 후보를 공천하고, 보궐선거를 초래해 세금을 낭비하고, 유권자를 혼돈에 빠뜨린 책임에서 민주당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 당헌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범죄는 ‘중대한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윤호중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때”라며 보궐선거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하지만 벌써 민주당 안팎에선 보궐선거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여론 추이를 봐가며 후보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건 떳떳하지 못하다.
민주당은 총선 때 ‘엔번방 3법’ 입법을 공언했다. 23일엔 정부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성범죄 엄단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