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지역에 갔다 다시 남쪽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27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는다. 2018년 4월27일 오전 9시30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다. 이날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내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밝혔다.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 대화와 협상이 이어졌고, 그해 9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
마침내 ‘한반도의 봄’이 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70년 넘게 굳어진 냉전과 분단의 벽은 철옹성처럼 단단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못 낸 뒤 북-미는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북-미 대화가 헛돌면서 남북관계도 식었다. 남북이 모두 북-미 대화 성공을 남북관계보다 앞세웠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북-미 대화가 성공하면 남북관계 문이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북-미 대화 성공만을 바라며 팔짱 끼고 관망한다’는 비판이 국내외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에서 계속 나왔다. 정부는 올해 초 “북미 대화만 바라볼 게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최대한 넓히겠다”(1월14일 문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고 태도를 바꿨다. 이후 정부는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으로 개별 관광을 꺼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남북 모두 코로나19 대응에 온 힘을 쏟느라 남북관계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마저 나돌고 있다. 북-미 대화도 미국 대통령 선거 일정 때문에 11월까지는 속도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반도 정세가 불확실하고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가 주인 의식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의 종속변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27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여는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은 의미가 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북한의 처지에서 보면 남한에 불만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코로나19 방역,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차원의 협력에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2년 전 남북 정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고 8천만 겨레와 전세계에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