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8일로 100일이 된다.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으로 2월 말 하루 확진자가 900명 이상 늘어나는 등 한때 ‘대유행의 공포’가 엄습했으나, 적극적 방역과 예방수칙 준수에 힘입어 지금은 통제 가능한 국면에 들어섰다. 세계가 한국을 ‘방역의 모범 사례’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방역 당국과 공무원들의 노력,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다.
최근 확진자가 9일째 10명 안팎으로 안정세를 유지하자 정부는 이르면 5월 초 ‘등교 개학’을 검토하면서 ‘생활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의 이행을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줄면서 개인들의 일상이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의 말처럼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며 학생들을 집에만 묶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차 대유행’까지 걱정하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고, 코로나19는 아직은 현재진행형인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30일부터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는 긴 연휴 기간에 방역 당국의 빈틈없는 대응과 국민들의 철저한 예방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방역과 일상의 지혜로운 공존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기약 없이 미뤄둘 수 없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복귀가 불가피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백신이 상용화될 때까지 방역은 일상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확진자 발생 추이가 미미해도 방역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순식간에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최근 싱가포르 사례가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 24일 ‘생활방역 세부지침’ 초안을 내놨다.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수칙과 식당 등 다중시설에서 거리두기 등이 포함돼 있는데, 제도적 정비 없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아프면 3~4일 쉬기’ ‘다중시설 좌석 간 거리두기’ 등이 자리 잡으려면 이를 실천해야 할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기업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법 개정이나 인센티브 제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