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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또 참회 기회 걷어찬 전두환씨 엄중히 단죄해야

등록 2020-04-27 18:51수정 2020-04-28 02:40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자 법원 청사로 이동하면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전씨는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언반구 없이 취재진을 지나쳤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자 법원 청사로 이동하면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전씨는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언반구 없이 취재진을 지나쳤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참회는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년여 만에 광주에서 열린 재판에 다시 출석했으나 한마디 사죄나 반성의 말도 없었다.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씨는 27일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해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언반구 없이 취재진을 지나쳤다. 전씨는 재판정에서 팔장을 낀 채 꾸벅꾸벅 졸다가도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서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해 3월 첫 법정 출석 때에 이어 다시 한번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민주주의를 압살한 범죄에 대한 참회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린 것이다. 전씨의 행태에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 든다.

전씨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웠다가, 조 신부 유가족 등의 고소와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고 회고록 내용은 “문학적 표현”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뻔뻔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2018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1980년 5월21일과 27일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특조위는 특히 조 신부가 증언한 5월21일 헬기 사격은 비무장 민간인을 향한 계획적 공격 행위로 계엄군의 잔학성과 범죄성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또 전남도청 건너편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270개 탄흔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발사각도 등에 비춰 헬기 사격 자국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전씨가 아무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도 수많은 증거가 전씨의 거짓말을 가리키고 있다.

전씨의 적반하장 행태는 이미 역사적·사법적 판단이 끝난 5·18의 진실을 송두리째 부정한 채 왜곡·날조와 피해자에 대한 모욕마저 서슴지 않는 극우세력의 일탈을 부추기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응은 너무나 미약하다. 5·18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는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여야 4당 의원 166명이 지난해 2월 공동 발의했으나,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곧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20대 국회는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마지막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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