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오전 영업이 중단된 서울 중구 명동 시지브이가 텅 비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화관과 공연장, 전시장들이 문을 닫은데다 각종 축제마저 취소되면서 문화예술계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문화예술인의 생계 보조 수단인 강사 활동마저 등교 개학 연기로 사라지면서 많은 문화예술인이 생계의 벼랑 끝에 몰렸다.
정부가 코로나 피해 구제 대책을 다각도로 내놓고 있지만 문화예술인들에게는 혜택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 예술인 실태 조사’를 보면, 전체 예술인의 57%를 차지하는 전업예술인 가운데 프리랜서가 76%에 이른다. 겸업예술인들도 임시직이나 계약직이 다수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문화예술인이 가장 취약한 직업군이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일자리를 잃은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들에게 매달 최대 50만원씩 3개월 동안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연극과 무용 등 공연 예술인 대다수가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탓에 증빙이 쉽지 않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이런 사정을 반영해 수입이 들어오는 통장 등으로 소득 감소만 증명하면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문체부 산하 예술인복지재단이나 예술경영지원센터 등도 자체적으로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다.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프로젝트의 지원금을 늘린다든가, 펀딩 형식으로 목표 금액을 채우면 나머지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은 당장 생계가 절박한 문화예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달 문체부가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 등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영화업을 배제한 것도 영화업 종사자들의 실태에 대한 이해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보다 늦게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이 문화예술계를 위한 대규모 지원 대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은 참고할 만하다.
위기 때마다 문화예술인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예술인 고용보험법’ 입법이 시급하다. 프리랜서 예술인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갇힌 일상을 견디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온라인 공연 등 예술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문화예술 노동자들의 창작 활동은 안정된 생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