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열흘 넘게 국내외에서 떠돈다. 온갖 추측과 전언이 확인된 사실처럼 돌아다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시 영상을 합성한 ‘김정은 사망’ 가짜뉴스까지 나돌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종합평가를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에서 다 확인 과정을 거쳤다”며 “갖고 있는 정보상으로 특이 동향이 없다. 이 자리에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확고하게 믿어달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같은 설명을 한 바 있다. 확인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일단 정부의 설명을 믿는 게 합리적인 태도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 성향 전문가와 보수 언론 등은 ‘김 위원장 유고’를 전제로 후계 구도까지 전망하고 있다.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편승한 ‘북한 급변 사태’ 주장은 낯설지 않다. ‘북한 최고권력자가 숨졌으니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논리다.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무성했던 북한 붕괴론, 흡수통일론의 재판이다. 당시는 지금과 달리 정부가 앞장서 부추겼다. 1994년 7월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하자,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을 ‘추락을 앞둔 고장난 비행기’에 비유했다. 당시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빠르면 3일, 늦어도 3년 안에 북한이 망한다’고 장담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이 숨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은 도둑같이 온다”(2012년 9월)며 북한 붕괴론을 꺼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론’을 제시하며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북한은 ‘흡수통일 음모’라고 반발하며 핵·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최근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보수 성향 전문가들과 보수 언론들은 억측과 예단에 기댄 주장을 자제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사진과 영상 등이 뒷받침된 김 위원장 관련 북한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의 건강 이상설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당국이 하루빨리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를 바란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빚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