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국민발안제도 개헌안’을 둘러싼 논란으로 8일 예정했던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개최가 몹시 불투명해졌다. 이렇게 되면 시급한 법안의 입법이 가로막혀 21대 국회에서 법안 제·개정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꼭 개헌안을 의결하진 않더라도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을 다하는 게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의 당연한 책무다. 8일 본회의를 열거나 아니면 다음주 초에라도 본회의를 열어서,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관련 법안만이라도 20대 국회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애초 계획했던 8일 본회의가 어려워진 책임은 미래통합당에 있다. 통합당은 8일 본회의가 열리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발안제도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개헌안은 지난 3월 여당뿐 아니라 통합당 의원도 22명이나 동참해 발의한 것으로, 정부 여당의 ‘정략적 개헌 추진’이라 몰아붙이기 힘들다. 또 설령 개헌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현 의석 분포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어 국회를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개헌안을 빌미 삼아 국회 본회의를 거부하는 건 명분 없는 정략적 태도일 뿐이다.
지금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5254건에 이른다. 법안 심사 마지막 단계인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인 법안만도 1584건이다. 코로나발 고용 충격에 빠진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 혜택을 주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코로나19와 관련해 단기 체류 외국인에게 숙박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엔(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아동복지법 개정안,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안,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종부세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하루빨리 개정이 필요한 법안들로, 21대 국회로 넘어가면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하는 이중삼중의 수고를 해야 한다.
4·15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는 ‘국민을 위한 국회’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라는 것이었다고 본다. 20대 마지막 임시국회는 15일 폐회한다. 비록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입법 활동을 충실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회 신뢰 회복의 출발점일 것이다. 민주당이 개헌 추진 의사가 없다고 밝힌 만큼, 미래통합당은 지금이라도 8일 본회의 개최에 동의하는 게 옳다. 민주당도 통합당의 분명한 약속이 있다면 11, 12일에 마지막 본회의를 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