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21대 총선 당선자들이 4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교육워크숍’에서 심 대표가 준비한 노란색 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진교, 이은주, 강은미, 심상정, 장혜영, 류호정 당선자. 연합뉴스
역사적인 민주노동당 창당이 2000년 1월의 일이니, 우리 정치사에서 대중적 진보정당의 역사도 이제 20년이 흘렀다. 그 세월에 걸맞게 4·15 총선에선 어느 때보다 정의당의 약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미흡했다. <한겨레>의 기획기사 제목이 ‘홀로 선 정의당, 희망을 찾아서’라는 데서 보듯이, 지금 정의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들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10% 가까운 국민이 정당투표에서 정의당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정의당 앞날이 어둡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이번 총선 결과를 좀더 근본적으로 돌아보고, 시대에 조응하는 ‘진보 가치’를 새로 세우며 전진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한겨레> 기획기사에 담겼듯이, 정의당이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거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민주당과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2중대’라는 평가를 받은 게 원인일 수 있고, 정의당의 진보 정책을 다른 정당들이 흡수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 공천 잘못에 책임이 있고,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막지 못한 게 직접 원인일 수도 있을 터이다.
이런 모든 요인들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결국 지난 20년간 진보정당이 국민 신뢰를 한 단계 높이는 데 한계를 지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집권 대안세력으로서의 믿음이건, 항상 국민 편에서 정치를 한다라는 믿음이건, 진보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건, 국민의 믿음을 확장하는 데 정의당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만 해도, 이것이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 제도인가를 납득시키지 못했기에, 결정적 순간에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합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얻은 정당득표율 9.67%의 함의는 결코 작지 않다. 여전히 국민 10명 중 한명은 진보 정치세력으로 정의당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 득표율(13%)엔 미치지 못하지만, 4년 전 총선(7.23%)에 비해선 분명 지지세가 늘었음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지난 20년간 진보정당은 한국 정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어려운 정치환경 속에서도 단 몇석만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왔음을 정의당은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