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주택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되는 분위기다. 종부세법 개정안에 미래통합당이 반대하고, 더불어민주당 또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택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종부세 강화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다. 종부세율을 현행보다 0.1~0.8%포인트 높이고 서울을 비롯한 ‘조정대상 지역’ 2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 상한(연간 세금 증가율)을 200%에서 300%로 높이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종부세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올해 종부세(6월 1일 기준 부과)는 현행 세법에 따라 부과된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지난달 29일 기재위 조세소위를 열어 종부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12·16 대책 후속 입법 논의를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야당이 1주택자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130%로 낮추고 60살 이상 고령자와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자고 주장했고,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면상 야당 반대 탓으로 보이지만, 여당도 과연 종부세를 강화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달 이후 여야 논의가 끊겼고 조세소위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데서 보듯 여야 간에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일각에서 서울 강남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종부세 완화 방안을 꺼내 들었던 생생한 기억이 여기에 겹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위축세 또한 종부세 강화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으로 짐작된다.
종부세 강화가 끝내 무산될 경우 야당이 져야 할 책임도 만만치 않다. 반대의 명분이 합당치 않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안에서 60살 이상 고령자와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은 지금보다 더 낮춰주게 돼 있다. 종부세 강화 자체에 대한 반대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종부세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 폐기돼 다음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집값이 불안할 때면 대책을 쏟아내고 고비를 넘기면 슬그머니 넘어가는 식의 전철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종부세 강화 무산은 20대 국회에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을 더 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