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폰 단말기 가격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처음부터 휴대폰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매겨놓고는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주어 값을 깎아준 것처럼 속였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 제조사들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곧 에스케이(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사들에 대한 조사도 착수할 방침이다.
휴대폰값 부풀리기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위계(속임수)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꼼수이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짓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들은 2012년에도 휴대폰값을 부풀려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총 400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해당 업체들은 ‘마케팅 기법’일 뿐이라며 공정위 조처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제조사가 통신사에 공급한 가격과, 통신사가 대리점에 출고하는 가격 모두 보조금을 반영해 부풀렸다는 사실이 최종 확인된 것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다시 조사에 나섰다는 것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공모해 단말기 가격을 부풀리는 행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속임수 판매 방식에선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싸게 산 줄로 착각하게 되고,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잦아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휴대폰값을 둘러싼 거품 시비는 제조사나 통신사들 모두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를 결합 판매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뤄 소비자들이 단말기값에 둔감한 것도 한몫한다. 시장 자율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이유다. 공정위가 엄정하게 대응해 소비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