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경기에서 관중석에 여성의 신체를 본뜬 실리콘 인형들을 앉혀 국제적 망신을 샀다. 연합뉴스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는 케이(K)리그 관중석에 ‘리얼돌’이 등장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FC서울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경기에서 관중석에 여성 마네킹 20여개를 앉혔다. 마네킹들이 들고 있는 응원 도구에 성인용품 업체 이름이 적혀 있어 여성의 신체를 본뜬 실리콘 인형인 리얼돌이 아니냐는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FC서울은 18일 공식 사과를 하며 “마네킹 제공 업체가 수량이 부족하자 과거 비제이(BJ)를 관리한 매니지먼트 업체에 제공했다가 돌려받은 샘플을 포함해 마네킹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성인용품 업체와 거래를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과 포르투갈 등 외국 매체들도 “관중석에 성인용품점 홍보를 위한 성인용 인형이 놓였다”고 조롱 섞인 보도를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스포츠 경기장 문이 굳게 닫힌 상황에서 국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가 무관중이지만 정규 리그를 시작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는데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한눈에 봐도 일반 마네킹과 다른 여성 인형의 협찬을 받으면서 의심하지 않았다는 FC서울의 변명은 어이없다. 설사 일반 마네킹이라고 해도 여성 인형을 관중석에 놓고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요소를 만들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고자 했다”는 해명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섹시한 여성이 재미를 준다는 시대착오적인 ‘성인지 감수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스포츠 경기에서 여성의 성상품화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성의 외모를 홍보 도구로 활용하거나 여성 선수를 실력이 아닌 외모로 평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여성 스포츠 인구가 늘면서 스포츠계의 성인지 감수성도 이에 걸맞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나이키 등 주요 스포츠 업체들이 더 이상 섹시한 여성이 아닌 치열하게 땀 흘리는 여성들을 조명하는 이유도 세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프로축구가 여전히 여성을 흥행의 도구로 바라보는 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