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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쿠팡발 코로나 확산의 불편한 진실, ‘불안정 노동’

등록 2020-05-31 18:16수정 2020-06-01 02:37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외관. 연합뉴스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외관. 연합뉴스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코로나19의 누적 확진자 수가 31일 110명을 넘어섰다. 그나마 증가세가 초기보다 수굿해지고, 지역사회 확산도 애초 우려보다 크지 않은 건 다행이다. 종사자 전수조사가 덜 끝나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작업장 폐쇄 등 강력한 조처가 있었던 만큼 통제 범위 안에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일으킨 구조적인 문제들은 고스란히 남는다.

쿠팡 물류센터의 작업환경은, 5월 말에야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방역에 열악했다. 환기를 제때 못한 건 기술적인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치더라도, 근무 교대자끼리 모자와 신발 등을 돌려쓰다가 바이러스가 검출된 건 비용 절감에만 눈이 먼 사용자의 무신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쿠팡의 코로나 양성률은 2.5~2.9%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양성률(1.3%)의 두 배 안팎이다. 그만큼 작업장 내 집단감염에 취약했다는 뜻이다. 이런 기업에 최소한의 거리두기라도 가능한 작업환경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무리였다고 봐야 한다.

업종 특성 탓에 그때그때 일용직을 쓸 수밖에 없는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3%에도 못 미치는 쿠팡 물류센터의 정규직 비율은 낮은 수준을 넘어 기형적이기까지 하다. 고용 안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수치다. 방역당국에서 확진자 발생을 통보받고도 이를 작업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교대근무까지 시킨 것도 이윤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이 업체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저임금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직장 두 곳에서 일하면서 ‘전파자’ 구실을 한 데서 보듯이, ‘불안정 노동’은 방역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나 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방역에서 큰 성과를 낸 것은 물류노동자와 배달노동자들이 ‘사회적 거리’의 불편함을 메운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상 그 이면에는 그들의 ‘초밀집 노동’과 ‘불안정 노동’이 숨어 있었다. 얼마 전 아마존 프랑스법인은 작업장 내 근무 인력을 줄이고 교대 시간에 여유를 둬 접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아마존 미국 본사는 신규 임시고용 직원의 7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세계가 높이 사는 케이(K) 방역의 나라에서 쫓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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