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방송(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한 회원이 지난 24일 대전문화방송 앞에서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엠비시(MBC)>에 아나운서 중 여성만 프리랜서나 계약직으로 채용해온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권고한 데 대해, 대전엠비시가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18일 대전엠비시는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서도, 인권위에 진정을 낸 유아무개 아나운서의 정규직 전환과 진정을 낸 이후 받은 불이익에 대한 위로금 지급 권고에는 “수용하기 어려우며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일반 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받는 공영방송이 오랫동안 성차별 관행을 이어온 것도 실망스러운데 인권위 권고까지 노골적으로 무시하다니 황당할 지경이다.
17일 인권위는 대전엠비시가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하에서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 환경을 유지해왔다”며 정규직 전환 등 성평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대전엠비시가 199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채용한 계약직·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이었던 반면,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할 땐 계약직·프리랜서로, 남성 아나운서가 필요할 땐 정규직으로 채용 공고도 달리 냈다. 이에 대해 신원식 대전엠비시 대표이사는 “남성 아나운서는 실력으로 최종 합격한 것이며, 유 아나운서 등의 주장은 공정한 채용 시스템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여성 아나운서 성차별 채용은 비단 대전엠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엠비시 전체 지역 계열사 16곳에서 남성 아나운서는 83%가 정규직인 반면 여성 정규직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엠비시 본사에도 본사와 전체 계열사의 채용 현황을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지역 엠비시의 대주주로 사장 선임권 등 경영 권한을 갖고 있는 엠비시는 인권위 권고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0년부터 8년간 공정 방송을 위해 싸워온 엠비시가 계열사의 불공정한 성차별 관행에 침묵해선 안 된다. 대전엠비시는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이미 인권위는 이 회사의 채용 관행이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어긋난다고 법적 근거를 밝혔다. 상식에도 어긋나는 이유를 대며 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하는 것은 엠비시 스스로 공영방송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다.